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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하다

이상3 [理]


1.생각할  있는 범위 에서 가장 완전하다고 여겨지는 상태




BLUE POT. 애용하진 않지만 항상 열려있는 폴딩도어 덕에 꽤나 쾌적해보여 나는 거기가 마음에 들었다.

안과 밖의 경계를 애매하게 흐려 놓는 테이블이 있는데, 거기 앉기로 한다.

소박하지만 나름 아름다운 영신관과 그 뒤로 낡은 수림과학관이 걸쳐있고, 너머는 때깔 좋게 빛이나는 경경관까지 한 구도에 들어와 나름의 경관을 만드는 오후의 빛.

언제나 일상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순간에는 그 장면은 금새 낯설어진다.


과거의 내가 그리던 미래는 그저 평온한 일상 속에서 무언가에 두근거리고 있는 나의 모습이었다는 걸 알기 때문인지,

그 설렘과 스스로의 자부심을 드높여본다.

조금 더 정확한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가장 아래까지 내려 최근까지 톺아보았다.


많이 놀랍게도,

나는 그의 삶을 살고 있었다.


나는 그를 동경했다. 이건 전부터 명확한 사실이었다.

중학생때부터 나는 그의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멋있으니까.


나는 그 사람이 매우 좋았다.

어쩌면 누군가를 맹렬히도 사랑했던 첫 순간이었던 것 같다.

고작 하루밖에 되지 않았던 그 짧은 만남으로 나는 사랑에 빠진 것이다.


그는 어린나이의 내게 위인과도 같았다.

아버지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처음으로 존경하는 인물 란에 적혔다. 그의 이름 세 글자였다.


지속적인 연락(사실 연락이라 하기도 뭐하지만)은 있었지만, 실제로 만나본건 단 두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현재까지도 나는 그를 기억하고 잊지 못한다.

그렇게 매 순간 순간을 그를 닮기 위해 노력했었다.


그러다 언젠가 부턴지 서서히 그를 잊어가기 시작했다.

아마 현재 나의 은사님을 만나면서부터였을 것이다.


어쩌면 간혹이나 나의 존재에 대해 자각할지 그것조차도 모르겠는 그를 닮기를 포기한 것이다.

정확하게는 그렇게 노력하는 방법을 잊은 것이다.

언제부턴가 나도 모르게 나의 자아라는 게 만들어져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노력 모든 것에서 모든 것을 느끼는 법.

조금 더 개구지고 조금 더 활발하고 적극적으로 인생을 마주하려는 노력하는 방법을 잊었다.

내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자 했다거나 적극적으로 매사에 임해보고자 했던 것은 아마 그런 척을 했던것이었을 것이다.

확실히 난 안다.

그 당시에는 어떠한 티끌도 없었기 때문에 내가 어떤 모습이 되고자 했다면 그건 그러한 척이 아니라 정말로 그렇게 될 수 있는 과정이었음을.


벌써 나는 그 이 후로 5년의 시간을 보냈고 오늘에야 학교 안의 한 카페에서 그를 떠올렸다.

그러다 소름이 끼친 것은, 어느새 난 '겉으로 보기에' 그의 삶을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쓰는 글의 문체는 소름끼치도록 그를 닮아 있었고, 내가 하고자하는 일이라든가 내가 느끼는 것이라든가 하는 것이 내가 최초로 그를 마주했을 때 그를 닮아있었다. 

물론 너무도 부족하리만큼 그의 지혜나 가치관에는 범접할 수 없지만 적어도 외관적으로 그와 나는 다를 바가 크게 없었다.

그 시절 내가 그리던 꿈의 학교의 과를 다니면서,

내가 생각하던 목표를 그저 눈 앞에 바로 달고 있었다.


이미 그 때 나의 이상은 나의 현실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이상'했다.


물론 언제나 그의 삶과 나의 삶을 비교한다면, 나는 그저 초라했다.

그러나 그 격차에서 내가 느낀건 어떤 박탈감이 절대 아니라 그저 그를 닮고 싶다는 욕구였을 것이다.


나는 당신이 지금 어디서 무얼하며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저 형이 가는 카페라도 좋을테니, 한번만 만나 얘기해보고 싶다. 삶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