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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는 법-김종철>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물었습니다.내일은 언제 오나요?하룻밤만 자면 내일이지다음 날 다시 어머니에게 물었습니다.오늘이 내일인가요?아니라다 오늘은 오늘이고내일은 또 하룻밤 더 자야 한단다. 고향에서 급한 전갈이 왔습니다.어머니 임종의 이마에둘러앉아 있는 어제의 것들이 물었습니다.얘야 내일까지 갈 수 있을까?그럼요 하룻밤만 지나면 내일인 걸요.어제의 것들은 물도 들고 간신히 기운도 차렸습니다.다음 날 어머니의 베갯모에수실로 뜨인 학 한 마리가 날아오르며 다시 물었습니다.오늘이 내일이지아니에요 오늘은 오늘이고 내일은하룻밤을 지내야 해요. 이제 더 이상 고향에서 급한 전갈이 오지 않았습니다.우리집에는 어머니는 어제라는 집에아내는 오늘이라는 집에 딸은 내일이라는 집에 살면서나와 쉽게 만나는 법을 알고 있기 때문입..
<병아리> 노란 계성은 어쩌면 나의 울음이라조그마한 폐를 조이며 터뜨린암탉에게 내놓아라하는 관심 종종걸음으론 쫓아가다간 금방 놓쳐버릴 새라뒷꽁무니에 얼굴을 푹 파묻고 바싹 붙어 따라감은한시도 놓치기 싫은 따스한 온기요,결핍이요,사랑일터다 나야 가끔 버겁기로 숨이 차고 뒤뚱거려흑색 모래먼지 묻혀올지 모른다그 때마저도 어설프게 당신의 위엄, 긍정을흉내는 내보려는 귀여운 몸짓이려니옳지옳지 넘어가주오 노란 계성은 나의 울음이라관심에 주려 온갖 아양을 부리더라도내 마음 다 커버려 이제 봐줄만 하거든그때야 뒤돌아 잘했다 쓰담여주오. -이 시는 내가 누군가를 위해 썻던 시다. 까오잡아 말하면 헌정시.그래서 한동안 올리는 것을 꺼려했다 왜냐면, 보편적 정서는 아니니깐.그사람과 내 사이가 아니라면 공감하지 못할 이야기니깐.그러다가..
<일요일과 월요일사이> 일요일과 월요일 사이아마 새벽 한 시 쯔음일 겁니다오늘 하루를 그럴 듯 하게 보낸이유를 되짚어보면, 아마그대가 제일 크게 다가옵니다 참 고단한 오늘을 보내며내일을 맞을 생각에 한 번 웃어도 보고자기 전 이불 속에서찰나의 살결을 상상해봄즉 한 번 두근대었습니다 난 당신의 사람냄새가 참 좋습니다가끔은 그 향기 탓에 주체할 줄을 모르겠는데도자꾸만 바라고 기다려지고 그려지는 일요일과 월요일 사이그 새벽은그대로만 가득히 채워집니다. - 이 시는 내가 누군가를 위해 썻던 시다. 까오잡아 말하면 헌정시.그래서 한동안 올리는 것을 꺼려했다 왜냐면, 보편적 정서는 아니니깐.그사람과 내 사이가 아니라면 공감하지 못할 이야기니깐.그러다가, 누군가 누군가는 자신의 상황과 문뜩 들어맞지 않을까하는 그 우연을 기대하며묵혀두던 시..
<향> 쌀알 한 줌을 향기에 쏟아내며두 손 모아 합장하고 안녕을 바라는향 대 두어개를 간절히 밀어 넣고 불, 내 가슴 당신 생각으로 언제고 작열해 온그 씨 하나를 빌려 얹어 놓습니다. 순식간에 아련함이란 포근한 향이마음의 방 곳곳을 짙게 배어버리어 다른 누군가를 위해 문 한 켠을 열어 놓아도환기되질 않고 그럼에도 어느새또 다른 향에 불을 지피고 있는게내 마음의 안녕을 위해서라면이만한 의식이 없음을 아는 까닭입니다. 향 머릿대를 가마안히 보고 있으면힘 없이 무너지는 모양새가당신 생각 않겠다는 내 의지와 똑 닮아무너지지 말어라,무너지지 말어라,질긴 아우성을 뱉어는 봅니다. 이럴 바에 차라리애달픈 향으로내 마음 가득을 채우자 작정했으므로 짙게 배어라되도록이면 따듯하게.
<장마-최자> 넌 나의 태양 네가 떠나고 내 눈엔 항상 비가 와끝이 없는 장마의 시작이었나 봐시간이 멈춘 것 같아 이 비가 멈추질 않아빗물이 차올라 가슴이 터질 것 같아 넌 나의 태양 네가 떠나고 내 눈엔 항상 비가 와끝이 없는 장마의 시작이었나 봐이 비가 멈추지 않아언젠가 네가 돌아오면 그땐 널 보내지 않아 갑자기 아무생각 없이 듣던 노래의어쩌면 그냥 지나쳤을 노래의가사 한 구절이 탁 박히면서 귀에 얼얼할 정도로 맴돌 때가 있다. 어제 자기 전에 듣다가문득 '이렇게 슬픈 가사였나?' 생각이 들면서노래를 계속계속 반복해서 들었다. 장마.그 때를 생각하면 참 꿉꿉하고 지겹고 그렇게 사람이 쳐질때가 없다.그 길고 지루한, 하지만 사계의 순환에 꼭 거쳐야하는 이 시기를이별에, 내 눈물로 그린 가사가 너무나 깊게 다가왔다. ..
<별똥별> 어둑한 하늘 살결에 부딪치는 차가운 적막호흡에 딸려오는 따스한 입김이 흩어지고 나면청아함에 반짝이는별들의 춤을 보다. 눈길이 미쳐 닿지 못했던시야의 구석 쯔음에서별똥별 하나가 쭈-욱 내뻗어검은 장막 한 가운데에 생긴 하얀 선 하나 선 하나가 가른 그 틈 사이로행복, 사랑, 그리움, 추억 따위가울컥하고 쏟아져 나오다아니다 싶어 금새 도로 제 자신을 감춘다. 그래서따스히 흘러나온 눈물을 거두어어둑한 하늘 그 한 가운데에서. 다시차가운 별들의 춤을 쫓다
<동행-이수동> 꽃 같은 그대나무 같은 나를 믿고 길을 나서자그대는 꽃이라서10년이면 10번은 변하겠지만나는 나무 같아서 그 10년,내 속에 둥근 나이테로만 남기고 말겠다 타는 가슴이야 내가 알아서 할테니길 가는 동안 내가 지치지 않게그대의 꽃 향기 잃지 않으면 좋겠다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시.우리 꽃집 이름이 우연히 매치가 되어 더 소중하다.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아름다운 다짐.다짐.
<경계-박노해>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말 것현실이 미래를 잡아먹지 말 것미래를 말하며 과거를 묻어버리거나미래를 내세워 오늘 할 일을 흐리지 말 것 -박노해 시집 中 요즘 참 많은 다짐을 하는 데에 중심을 잡아주는 시이다.중심을 잡는다는건 꽤 힘든일이다(나만 그렇게 느끼는건지 몰라도ㅎㅎ)내 편 네 편 나누기 좋아하는 이 세상에서내 진정한 '가치관'을 세우고 그 중심을 잃지 않는 것.올해의 가장 큰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