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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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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과 걸음의 드라마> 지난 학기 기말고사 기간 무렵 즈음 해서 시험공부를 하다 기범이랑 용산으로 바람 쐰다는 핑계로 시험공부 농땡이 삼아 영화를 보러 갔었다. 영화가 끝나고 이러니 저러니 얘기를 하다가, 꽤 쌀쌀한 겨울 공기를 갈라가며 걸어 학교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한강대교를 퇴근시간 이후에 건너다 보면 노들섬 초입에 오뎅과 어묵을 파는 포장마차가 하나 있는데, 그날따라 둘 다 거기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당장에 들어갔지만 너도 나도 현금이 없었다. 계좌이체를 하려했지만 핸드폰도 꺼져 있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결국 그 길로 학교로 돌아오던 때. 왜인지 자꾸만 미련이 남아서는 저 끝무렵 편의점에서 기어코 현금인출을 해내어 다시 한강대교 가운데로 들어왔다. 아저씨한테 “아임백”을 당당히 외치는 듯 한 기..
감성녘#2_러시아워 감성녘#2_러시아워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한강대교, 서울로7017, 서울역, 광화문광장까지. 이렇게 많이 걸으면 발이 닳지 않을까 싶을정도로 하루를 종일 걷고도, 또 추가촬영을 해서야 영상소스를 마련했다. 흘린 땀만큼 맘에드는 영상임과 더불어, 이제 올리픽대로랑 강변북로라는 말이 내 입에서 나오는걸보니 나도 서울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다. 우하하하하. ('한강대교 북단'이라는 간지나는 말을 들으면 그게 어딘지 머리속에 그려진다. 서울사람이다 우하하하하) 아 맞다. 그래서 이번편은, 복잡함, 바쁨, 서두름이 만들어낸 역설적인 시간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BGM: Kodaline-Midnight
감성녘#1_동작대교 학교에서 조금 나가다보면 있는 한강대교와 동작대교, 조금 더 나가면 반포대교나 뭐 한강철교까지도 볼 수 있지만 어쨋든 걸어서 갈 수 있는 적당한 거리에 있는 두 다리이다. 한강 산책을 혼자 되게 많이 나가는데 어느날은 문뜩 동작대교를 건너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안나는 느낌이 들더라, 한 번 그렇게 느낀 이후로는 대체로 생각정리를 하기 딱 좋아져서 습관적으로 사색에 잠기는 구간. 그곳에서 첫 이야기를 풀고싶었다. p.s. 비 잔뜩오는날 아무생각없이 따라와서는 고생다하고 도와준 현진이에게 너무 고맙습니다ㅜㅜ BGM: LANY-Walk Away
<만나는 법-김종철>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물었습니다.내일은 언제 오나요?하룻밤만 자면 내일이지다음 날 다시 어머니에게 물었습니다.오늘이 내일인가요?아니라다 오늘은 오늘이고내일은 또 하룻밤 더 자야 한단다. 고향에서 급한 전갈이 왔습니다.어머니 임종의 이마에둘러앉아 있는 어제의 것들이 물었습니다.얘야 내일까지 갈 수 있을까?그럼요 하룻밤만 지나면 내일인 걸요.어제의 것들은 물도 들고 간신히 기운도 차렸습니다.다음 날 어머니의 베갯모에수실로 뜨인 학 한 마리가 날아오르며 다시 물었습니다.오늘이 내일이지아니에요 오늘은 오늘이고 내일은하룻밤을 지내야 해요. 이제 더 이상 고향에서 급한 전갈이 오지 않았습니다.우리집에는 어머니는 어제라는 집에아내는 오늘이라는 집에 딸은 내일이라는 집에 살면서나와 쉽게 만나는 법을 알고 있기 때문입..
흑석동, 그 동네 흑석동은 내 취향을 만족하기에 넘치도록 낭만적인 동네이다.산등성이에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 내겐 꽤나 보기 좋은 경관으로 다가왔고, 중대 병원 옆 시장은 이곳에 나름의 맛깔나는 풍취를 더해주고 있었다. 역설적으로 그 바로 옆에서는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 노란 크레인은 밤만 되면 빨간 불빛을 반짝거리며 '내 너희의 향토를 빼앗으리라' 하곤 감히 이곳을 내려다 본다. 이 파괴적인 시대상마저도 찰나의 아름다움으로 다가오는 곳,골목마다 술냄새 좀 섞인 나름의 색깔을 뿜어내는 곳,여기가 바로 내 청춘을 시작한 곳이자 앞으로의 20대의 축이 될 흑석이다. 2월 28일 기숙사에 입관했고, 이곳에 발을 들인지 한 달이 딱 된 지금 갖가지 것들을 마주하면서 많이 배우고 느끼고 있다.한달이 준 벅찬 감정들과 ..
<장마-최자> 넌 나의 태양 네가 떠나고 내 눈엔 항상 비가 와끝이 없는 장마의 시작이었나 봐시간이 멈춘 것 같아 이 비가 멈추질 않아빗물이 차올라 가슴이 터질 것 같아 넌 나의 태양 네가 떠나고 내 눈엔 항상 비가 와끝이 없는 장마의 시작이었나 봐이 비가 멈추지 않아언젠가 네가 돌아오면 그땐 널 보내지 않아 갑자기 아무생각 없이 듣던 노래의어쩌면 그냥 지나쳤을 노래의가사 한 구절이 탁 박히면서 귀에 얼얼할 정도로 맴돌 때가 있다. 어제 자기 전에 듣다가문득 '이렇게 슬픈 가사였나?' 생각이 들면서노래를 계속계속 반복해서 들었다. 장마.그 때를 생각하면 참 꿉꿉하고 지겹고 그렇게 사람이 쳐질때가 없다.그 길고 지루한, 하지만 사계의 순환에 꼭 거쳐야하는 이 시기를이별에, 내 눈물로 그린 가사가 너무나 깊게 다가왔다. ..
<별똥별> 어둑한 하늘 살결에 부딪치는 차가운 적막호흡에 딸려오는 따스한 입김이 흩어지고 나면청아함에 반짝이는별들의 춤을 보다. 눈길이 미쳐 닿지 못했던시야의 구석 쯔음에서별똥별 하나가 쭈-욱 내뻗어검은 장막 한 가운데에 생긴 하얀 선 하나 선 하나가 가른 그 틈 사이로행복, 사랑, 그리움, 추억 따위가울컥하고 쏟아져 나오다아니다 싶어 금새 도로 제 자신을 감춘다. 그래서따스히 흘러나온 눈물을 거두어어둑한 하늘 그 한 가운데에서. 다시차가운 별들의 춤을 쫓다